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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뭘 쓸까?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한 주가 끝나가는 주말에 많이 하게 됩니다. 정말 요즘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일기만 올리게 되네요. 일기 말고 다른 글을 쓰고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분명 쓰고 싶었던 글이 엄청 많았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뭘 쓰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졌습니다. 글은 쓰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르겠단 말만 잔뜩이네요. 이럴 땐 다들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2021.05.09

무섭지 않아

레즈라이트에서 글을 쓴지 어느덧 다섯 달이 다 되어 간다. 시간 정말 빠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즈라이트 덕분에 이제 글쓰는 게 무섭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일이 무섭지 않다. 별 내용 없고 맞춤법이 틀려도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굴지 않는다. 하나라도 틀린 곳이 있을까봐 퇴고를 하고 또 하고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퇴고 안 한 글을 올려도 강박에 휩싸이지 않는다. 사실 방금 전까지 몰랐다.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데 문득 깨달았다. 와, 나 이제 별 생각 없이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네. 진짜 별 내용 없고, 맞춤법 검사도 안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도 아무렇지 않게 올리는 모습이 너무 낯설고 신기하다. 벌벌 떨면서 글쓰기 등록 버튼을 누르던 게 얼마 전이었..

2021.05.02

2021년의 해시계

요즘엔 알람 없이 일어나고 있다. 저절로 눈이 떠지고 나서 하는 일은 지금 시간 알아맞히기. 커튼은 없는 불투명유리로 되어 있는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창문은 또 다른 시계 같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들어오는 햇빛이 많아졌다가 적어지고, 푸른 빛이 돌다가 이내 검정으로 바뀐다. 지금 몇 시겠다, 예상하고 시간을 확인해 보면 내가 예상한 시간과 근접해있다. 이게 가능한 건 아무래도 창문 덕분일 거다. 아무리 불투명이라고는 하지만 밖에 있는 햇빛을 아낌없이 다 들여보내 준다. 아침 시간은 그럭저럭 잘 맞히면서도 오후 시간은 잘 못 맞히고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해가 길어져서 그렇다. 이제는 저녁 6시가 되어도 창문 밖이 밝다. 며칠 전 시계는 안 보고 창문 밖의 밝기만 가늠해보고 나서 그날 해..

2021.04.25

비가 오는 날엔

비가 오는 날엔 날씨를 알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더 자고 싶고. 움직여야 하는데 몸은 계속 처지고, 눈꺼풀은 감기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습기를 가득 머금어서 그런가 몸이 자꾸 바닥과 붙고 싶어 한다. 유독 비 오는 날만 중력의 강한 힘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중력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면서. 비가 와서 그런지, 날이 흐려서 그런지 오늘은 늦잠을 잤다. 아파트 안내 방송이 아니었으면 아주 늦잠을 자버렸을지도 모른다. 몸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니까 기분도 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다. 해야 하는 일을 앞에 두고 하기 싫다며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결국에는 글을 쓰고 있다. 어두운 걸 좋아하면서도 밝은 걸 좋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어두운 날 내 몸 상..

2021.04.25

매일 두 번

어제는 새 일기장에 일기를 썼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하며 산 240쪽짜리 두꺼운 불렛저널을 드디어 다 썼다. 물론 이 두꺼운 불렛저널에 일기만 가득 담긴 건 아니지만 3년하고도 새로운 해의 1분기를 조금 넘는 날들의 내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 일기는 물론이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은 다음 감상을 짧게 적어 놓은 페이지도 있고, 앞으로의 내 미래를 써보기도 했다. 계획을 세우고 달성 여부를 세우고 여러모로 알차게 썼다. 최대한 쓰던 일기장과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일기장으로 사려고 했는데 새 일기장은 많이 다르다. 일단 속지가 유선이다. 그전에는 모눈 속지를 썼다. 사실 모눈 속지를 사고 싶었는데 내가 마음에 든 모눈 속지 양장 노트는 다 품절이어서 무지와 유선을 고민하다가 유선 노트를 샀다. 크..

2021.04.11

받고, 올리고, 때리고 下

마지막으로 매력 있는 배구의 포지션을 얘기해볼까 한다. 배구에는 세터, 레프트, 라이트, 센터, 리베로 총 다섯 개의 포지션이 있는데 각 포지션이 지닌 매력이 다 다르다. 먼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터는 리시브 또는 디그로 전달되는 공을 공격수에게 올리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전체적인 경기 운영을 해나가는 일종의 설계자 역할이다. 내가 환장하는 게 있는데 세터가 공격수들에게 손가락으로 싸인 보내는 거. 이거 진짜 간지난다. 진짜 멋있다. 그래서 중계에서 이런 화면 잡아주는 거 진짜 좋아한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세터의 역할이 중요한데, 세터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잘 되던 공격도 안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터의 흔들림을 커버하는 공격수도 있다) 반대로 흔들리는 공격수를 살릴..

2021.03.28

받고, 올리고, 때리고 中

곰곰이 생각해 봤다. 배구의 매력이 뭔지. 일단 배구는 역시 팀 스포츠라는 게 가장 매료되는 지점이다. 배구에서 느낄 수 있는 연결감, 끈끈함, 끈끈하다 못한 끈질김이 좋다. 여타 팀 스포츠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배구에서 이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경기 규칙에 연결의 횟수가 명시되어 있을 만큼 ‘연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으로 하는 팀 스포츠에 연결이 안 중요한 종목이 있냐고 물음표를 띄울 수도 있겠지만, 3회 이내에 공을 상대 진영으로 넘겨야 한다는 규칙 덕분에 더 심장이 쫄깃해진 채로 경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횟수 제한 때문에 한 번의 미스가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한 번의 연결을 위해 경기장 끝까지 빠르게 달려가 공을 받아내는 선수들의 멋진 수비를 볼 수도 있다..

2021.03.28

받고, 올리고, 때리고 上

공이 팔에, 손목에, 또는 어깨에 맞으며 내는 둔탁한 소리. 높게 띄워진 공을 있는 힘껏 내리쳤을 때 나는 퍽 소리. 아무튼 공이 사람의 신체 일부분과 닿아 내는 소리. 체육관 바닥에 공을 튕기는 소리. 운동화가 체육관 바닥과 마찰해 나는 삑삑 소리. 선수들의 분주한 발소리와 힘찬 기합 소리.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 선심이 빨간 깃발을 올리거나 내릴 때 나는 소리. 도움닫기를 위해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가 날개를 펴고는 가볍게 날아오르는 소리. 상대의 공격을 읽고 따라간 자리에서 박자에 맞춰 뛰는 소리. 전달된 공을 손에서 떠나보내는 소리. 여기는 어딜까? 청록과 민트의 중간쯤 되는 초록색 바닥에 오렌지색 코트, 높은 네트가 설치되어 있는 배구장이다. 배구장에서 나는 소리는 앞에 나열한 게 끝이 아니다...

2021.03.28

한 사람이라도 믿어준다면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을 읽고, 넷플릭스 드라마 의 내용을 제 마음대로 바꿔 봤습니다. 이 글을 쓰게 만든 책 속 구절도 함께 덧붙입니다. "신고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피해자들은 정말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 형사 사법 기관을 믿고 신고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며, 피해자에게 그 점을 짚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354p)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어.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것 같았지. 이 세상에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았어. 모든 사람이 나를 향해 손가락질했고, 나더러 거짓말쟁이라고 했어. 나는 아니라고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어. 그냥 거짓말쟁이가 되려고 했어. 그때 너의 메시지를 받았어. 신고한 내가 대단히 용기 있다고 말해주면서 시작한 장문의 메시지..

2021.03.27

베개 옆 수첩과 볼펜

핸드폰을 멀리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을 적을 곳이 없어졌다. 그래서 아날로그 인간이 되기로 했다. 핸드폰 대신 수첩과 볼펜을 항상 내 곁에 두고 있다. 예전에 사놓고 쓰다 만 수첩을 벌써 두 개나 다 썼고, 이제는 세 번째 수첩에 내 생각들을 채워나가고 있다. 수첩에는 쓰고 싶은 글의 조각들,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그냥 순간 깨달아지는 것들,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들,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들, 내 꿈과 소망, 그날 꾼 꿈, 내 칭찬 등 많은 것들이 적혀 있다. 낮에는 책상이든 어디든 항상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수첩과 볼펜이 있고, 잘 때도 마찬가지다. 베개의 왼쪽 자리는 이제 수첩과 볼펜의 자리가 되었다. 그 옆에는 테이크아웃 종이컵을 뒤집은 다음 컵의 바닥을 뚫어 이제는..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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