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새 일기장에 일기를 썼다. 2018년 새해를 맞이하며 산 240쪽짜리 두꺼운 불렛저널을 드디어 다 썼다. 물론 이 두꺼운 불렛저널에 일기만 가득 담긴 건 아니지만 3년하고도 새로운 해의 1분기를 조금 넘는 날들의 내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다. 일기는 물론이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은 다음 감상을 짧게 적어 놓은 페이지도 있고, 앞으로의 내 미래를 써보기도 했다. 계획을 세우고 달성 여부를 세우고 여러모로 알차게 썼다.
최대한 쓰던 일기장과 비슷한 크기와 형태의 일기장으로 사려고 했는데 새 일기장은 많이 다르다. 일단 속지가 유선이다. 그전에는 모눈 속지를 썼다. 사실 모눈 속지를 사고 싶었는데 내가 마음에 든 모눈 속지 양장 노트는 다 품절이어서 무지와 유선을 고민하다가 유선 노트를 샀다. 크기는 그나마 비슷한데 새 일기장은 전에 쓰던 것보다 가로가 조금 더 길고, 대신 세로가 조금 더 짧다. 물론 1센티미터도 안 되는 차이 같기는 하다. 가름끈과 책을 잡아주는 고무줄? 같은 게 달려 있는 건 똑같다. 종이 질도 비슷한 것 같다. 페이지 수가 많이 줄었다. 이건 188쪽짜리이다. 매일 한 쪽씩 일기를 쓰면 올해가 가기 전에 또 일기장을 바꾸게 되겠다. 아직 2021년은 188일보다 훨씬 많이 남았으니까.
2021년 새해 계획 중에 '한 줄 일기 매일 쓰기'가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말이 많아서 한 줄만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일기는 딱 이틀 빼놓고 2021년 1월 1일부터 어제까지 매일 썼다. 하루는 정혈통이 너무 심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날이고, 하루는 모르겠다. 그냥 까먹었던 것 같다. 그다음 날 쓴 일기를 보니까 어제 일기 왜 안 썼지? 이런 얘기를 써놨다. 무언가를 매일매일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어려운 일을 하는 내가 대견하다. 이렇게 매일 하는 어떤 일들을 늘려나가면 어떤 멋진 사람도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요즘 매일 하는 일들이 꽤 많다. 일기 쓰기, 매일 밤 12시 전에 눕기, 종이신문 읽기(일요일 제외, 일요일엔 신문 안 오니까), 외국어 3문장 이상 쓰기(주말 제외), 책 읽기(3월엔 하루도 빠짐없이 읽었는데 며칠 전에 어이없게 까먹었다). 물론 처음 시작한 날부터 매일매일 하지는 못했고 습관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했다. 그래도 매일 하는 일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뿌듯하고 다시 한번 내가 대견하다. 2021년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아 맞다 일기는 하루에 두 번 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번 쓰고, 자기 전에 또 쓰고. 아침일기는 작년에도 쓰다 말다 했는데 올해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고 2월 중순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흘러가는 생각대로 적다가, 어떤 영상을 보고 나서는 어제 감사했던 일 세 가지를 쓰기 시작했고, 또 어떤 영상을 보고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적기 시작했다. 이걸 적을 땐 입으로 소리 내면서 적는다. 다들 아는 미라클 모닝의 확언쓰기이다. 밤에 쓰는 일기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쓴다. 별 거 없는 일들. 오늘 뭘 했다, 그래서 어땠다 하는 초등학교 때 쓰던 일기 쓰기 틀에서 아직 못 벗어났다. 그래도 나중에 보면 그날 뭘 했는지 알 수 있고, 그래서 내 감정이 어땠는지 알 수 있으니까 이 틀은 꽤 유용하다고도 생각한다.
근데 뭔가 특별한 사건이 있을 땐 일기가 길어진다. 가끔은 그런 날이 아닌데도 길어질 때가 있다.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가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평소에는 말을 진짜 안 하는데 일기를 쓰면서 문득 나 왜이렇게 할 말이 많지? 싶었다. 평소에 말을 안 해서 다 글로 써버리는 건가. 근데 이제 실제로 말도 많이 해보려고 한다. 스튜디오 포비피엠 라이브에서 우나 님이 본인은 혼자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셨는데 나도 그 방법을 써보려고 한다. 근데 결심하고 아직 한 번도 안 했다. 아무튼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으니 꼭 해봐야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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