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알람 없이 일어나고 있다. 저절로 눈이 떠지고 나서 하는 일은 지금 시간 알아맞히기. 커튼은 없는 불투명유리로 되어 있는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온다. 창문은 또 다른 시계 같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들어오는 햇빛이 많아졌다가 적어지고, 푸른 빛이 돌다가 이내 검정으로 바뀐다. 지금 몇 시겠다, 예상하고 시간을 확인해 보면 내가 예상한 시간과 근접해있다. 이게 가능한 건 아무래도 창문 덕분일 거다. 아무리 불투명이라고는 하지만 밖에 있는 햇빛을 아낌없이 다 들여보내 준다.
아침 시간은 그럭저럭 잘 맞히면서도 오후 시간은 잘 못 맞히고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해가 길어져서 그렇다. 이제는 저녁 6시가 되어도 창문 밖이 밝다. 며칠 전 시계는 안 보고 창문 밖의 밝기만 가늠해보고 나서 그날 해야 할 일을 일찍 끝냈다고 좋아했었다. 나중에 시간을 확인해보니 저녁 6시쯤이었다. 할 일을 일찍 끝낸 게 아니었다. 앞으로는 길어진 해를 반영해서 시간 맞히기를 해야겠다. 사실 이건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하게 된 게 아니라 어쩌다가 너무 자연스럽게 하게 된 일이다. 꽤 오래됐다. 다른 사람도 이럴까 궁금하다. 옛날 사람들이 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로 시간을 가늠했다면 나는 햇빛의 양으로 시간을 가늠하는 셈이다.
번외로 날씨 맞히기도 가능하다. 일어났는데 창밖에 노랄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말 그대로 '을씨년스러운' 날씨다. 당장 지구가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날씨다. 하얀 날도 있다. 밖이 유난히 하얗게 보여서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보면 눈이 와 있곤 한다. 재밌는 일이다. 여유가 생기면 시간에 따른 창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