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엔

[381] 2021. 4.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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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엔 날씨를 알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더 자고 싶고. 움직여야 하는데 몸은 계속 처지고, 눈꺼풀은 감기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습기를 가득 머금어서 그런가 몸이 자꾸 바닥과 붙고 싶어 한다. 유독 비 오는 날만 중력의 강한 힘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는 중력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면서. 비가 와서 그런지, 날이 흐려서 그런지 오늘은 늦잠을 잤다. 아파트 안내 방송이 아니었으면 아주 늦잠을 자버렸을지도 모른다. 몸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니까 기분도 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다. 해야 하는 일을 앞에 두고 하기 싫다며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결국에는 글을 쓰고 있다. 어두운 걸 좋아하면서도 밝은 걸 좋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어두운 날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에. 밝은 날은 적어도 날씨에 의해 몸이 둔해지거나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차라리 비가 완전히 오면 빗소리라도 들을 텐데. 그게 아니라 찔끔찔끔 오면 빗소리는 들리지도 않고 습기만 흡수해버린다. 내 몸이 자꾸 무거워진다. 물먹은 솜처럼.

 

 

4월 23일에 쓴 글이었는데 이날 컨디션이 유독 안 좋았던 건 날씨 때문이 아니라 아파서 그런 거였다. 그래도 비 오면 몸이 처지는 건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 안 아플 때도 비 오면 늘 졸리고 몸이 처졌다. 비가 오는 날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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