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 잠옷에 수면양말을 신고 있어요. 올봄에 처음 잠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집에서 막 입는 편한 옷들을 대신 입고 자곤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잠옷을 처음 입었던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입고 자기만 할 텐데 왜 그렇게 설렜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제대로 잘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잠옷을 입고 맞은 첫 번째 아침에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굉장히 뿌듯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걸 보면 잠옷은 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외출복 같기도 합니다. 중요한 자리에 가거나 특별한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옷을 차려입고 가는 것처럼 집에서 있는 시간이 좋아 잠옷을 차려입는 거죠.
초반에는 잘 때만 잠옷을 입어야겠다고 나름의 규칙을 세우기도 했었어요. 어쩌다 보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에는 하루 종일 잠옷을 입고 있게 되었지만요. 저는 잠옷이 정말 좋아요. 잠옷을 입고 있으면 여유로움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위아래가 세트인 것도 마음에 들고요. 아, 그래도 외출한 날에는 꼭 샤워를 하고 나서 잠옷을 입는답니다. 빨리 잠옷으로 갈아입고 싶은 마음 덕분에 외출하고 돌아와 밤늦게까지 씻는 걸 미루던 습관을 고칠 수 있었어요.
제 잠옷은 하얀색 바탕에 연보라색 세로 줄무늬가 있어요. 상의에 달려 있는 주머니에는 하트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스누피도 있습니다. 두께는 봄가을에 입기 좋을 정도로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아요. 지금은 이 잠옷이 너무 좋지만 처음부터 제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줄무늬 말고 체크무늬 잠옷이 갖고 싶었거든요. 회색과 검은색이 섞인 타탄체크무늬 잠옷이 제 꿈의 잠옷이었어요. 언젠간 꼭 체크무늬 잠옷도 장만할 생각이에요.
원하던 체크무늬는 아니지만 이번 주에 엄마가 새 겨울용 잠옷을 사 오셨어요. 겨울용 잠옷을 사달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받아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잠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자마자 크리스마스트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짙은 청록색 바탕에 하얀색과 초록색 세로 줄무늬가 있었고, 소매와 카라 부분은 버건디 색으로 마감되어 있었어요. 평소에 그런 색의 옷은 입지 않았는데 마음에 든 게 신기하네요. 입은지 며칠 안 되었는데 크리스마스트리 같다고 생각하고 나니 왠지 더 마음이 갑니다. 덕분에 이번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옷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문득 파자마 파티가 떠오르네요. 중학생 때 친구들과 함께 파자마 파티를 자주 했었어요. 말은 파자마 파티라고 했지만 진짜로 위아래 세트로 파자마를 입고 있었던 친구는 없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다들 편한 옷을 입거나 하의만 파자마로 입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잠옷이 두 세트나 있으니 언젠가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하게 된다면 제 멋진 잠옷을 뽐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