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에게

[381] 2021. 1. 2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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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 며칠 전 네가 준 편지를 다시 읽었거든.

 

올해 여성주의를 제대로 접하고 네가 곁에 있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이상한 세상을 알고 나니 여성주의자의 존재가 더 귀하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내 주위엔 그 귀한 존재가 너밖에 없었고. 지금은 그래도 꽤 있지만 말이야. 덕분에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후 느꼈던 고립감을 덜 수 있었어. 고립감을 덜기 위해 함께 여성주의를 공부하자던 제안에도 흔쾌히 알았다고 해줘서 고마워.

 

너가 말했지. 나와의 관계가 넓지 않은 인간관계를 넓혀주는 지점인 것 같다고. 나도 그래. 너와의 관계가 좁은 내 세상을 넓혀주고 있어. 이렇게 오래 이어질 수 있었던 공통점이 많은 관계는 여자들 얘기를 함께 하면서 더 넓어지는 것 같지. 이제는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여자배구, 코시사, 자빱TV 얘기도 함께 할 수 있잖아. 공통점이 늘어나는 만큼 너와 함께 하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 같아 기뻐.

 

그때 생각난다. 코시사 부활하려고 네게 코시사를 아냐고 물어봤던 거 말야. 근데 넌 이미 4, 5, 6월 편지까지 받아보고 있었어. 코시사를 읽은 초반에 나는 그럭저럭의 느낌이었는데도 너와 함께 코시사 이야기를 했던 건 기뻤어. 이 부분이 좋더라, 고 이야기를 나눈 것도, 서로 레즈비어니즘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것도. 이렇게 좋은 게 있었는데 왜 안 알려줬던 거야. 어찌저찌 잘 부활해서 모든 편지를 다 받아볼 수 있었으니까 그건 봐줄게.

 

코로나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네. 항상 건강 조심해. 코로나가 괜찮아지면 울프소셜클럽도, 포비피엠 바도 같이 가자.

 

 

2020.12.27.

 

사랑을 담아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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