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새해 계획을 세웠다. 처음으로 만다라트 계획표를 작성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어렵지 않고 늘 즐겁기만 한 일이었는데 신기했다.
새로운 해가 오면 무엇이든지 해낼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매일 해야 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조금 높은 목표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결과는 좋지 못했다. 2020년은 특히 더 그랬다. 2019년 연말, 2020년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흐지부지되어버렸다. 3월부터는 마음을 고쳐먹고 달리기 시작했지만 6월, 7월 즈음 번아웃이 왔다. 1년 치 에너지가 다 소진된 것 같았다. 번아웃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하반기를 보내게 되었다.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고, 강박증에서도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2021년 계획을 세울 땐 마음이 좀 차분해졌나 보다. 나에게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목표들을 찾느라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것 같다.
2020년에 계획했던 목표를 많이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여성주의를 공부하겠다는 목표 하나만큼은 대성공이다. 머리를 잘랐고, 나를 더 이상 외부의 시선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친구들과 여성주의 소모임을 만들었고, 하말넘많과 소그노, 자빱TV, 코로나 시대의 사랑 그리고 레즈라이트도 만났다. 2020년은 내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여자들로 가득 채워졌던 한 해였다.
2021년에는 더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더 많은 목표를 성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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